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역할

이보람 목사

오늘날 미디어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습니다. 로마는 보병으로, 징기스칸은 기마병으로, 영국은 함대로, 미국은 에어포스로 세계를 정복했다면 이제는 미디어의 힘만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디어(Media)'란 단순히 사진이나 영상 같은 콘텐츠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원래 'media'는 라틴어에서 온 영어 단어인 'medium'의 복수형입니다. 미디어는 ‘중간, ‘사이’를 의미하고 두 가지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 즉 매체를 의미합니다. 신문, 메거진, 책, 라디오, TV, 인터넷 등 모두 미디어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의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을 넘어 사람들의 의견과 가치관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전파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며, 음란하고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전파해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미디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교회도 이 변화에 발맞춰 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사역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복음은 절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너무 율법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규정을 복음처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복음과 소통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미디어 사역의 더 큰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젠 대형 교회들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교회들까지도 각기 방송 시설을 갖추고 있고, 예배의 실시간 중계와 예배 후 설교 동영상을 SNS에 업로드하며 자유롭게 공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교회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와 설교 영상의 조회수가 신앙인들이 교회를 정하는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미디어 사역은 절대 성도들을 교회로 인도하고 행사나 집회를 홍보하는 목적이 되어선 안됩니다. 또한 미디어 사역이 더 이상 예배 영상을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는 지점에 멈춰서면 안됩니다. 단순히 설교 영상을 송출하고 찬양 영상을 SNS 상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미디어 사역이 잘 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선 안되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미디어를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더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말씀과 신앙을 가르치고 이해시켜줘야만 합니다. 다음 세대들을 살리기 위해선 상투적인 종교적 언어 안에 갇혀 사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살아 있는 말, 언어의 영성을 회복시켜줄 사역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교회 내에서 진행되는 예배나 찬양을 외부로 송출하여 교회에 직접 오지 않아도 밖에서도 편하게 예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송출 사역보다 오히려 외부에서 하나님을 모르거나 낯설어하고 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을 위한 선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먼저 그들이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고 닫힌 마음 문을 열어 교회로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콘텐츠 사역이 절실합니다.

예수님도 가르치실 때 늘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군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상생활 일들을 소재로 비유를 즐겨 사용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천상의 의미를 지닌 지상의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비유는 유대인들에게 친숙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성경 속 재미있는 비유와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들으며 자랐습니다. 예수님도 그 당시 유대 문화에 맞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즉, 예수님은 교육 방법에서도 가장 유능한 교사였던 것입니다. '선생'이란 칭호는 그의 대적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현재 한국 교회에는 죽어가고 있는 다음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말씀을 가르칠 신앙 교사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하나님의 말씀을 잘 이해시켜줄 콘텐츠가 필요한 것입니다.  미디어 사역의 타깃은 하나님을 모르는 비그리스도인들만이 돼서는 안됩니다.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는 기존 신앙인들을 위한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제작하는 사역도 매우 절실합니다. 

수많은 기독교 콘텐츠들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미디어 사역이 효과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방송계에서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이 되어도 시청률이 저조하다면 실패한 프로그램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미디어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의 완성은 만들어진 시점이 아니라 누군가의 귀로 들어가서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크리스천 미디어는 신앙인들이 질문하고 고민하도록 하며 이들의 삶이 건강한 신앙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즉, 교회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다큐든 간에 크리스천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시청을 한 바로 직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시청한 자들의 삶이 변화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기독교 콘텐츠들을 제작하여 다음 세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 문화를 전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영혼들에게 전략적이자 창의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들이 자발적으로 재생 버튼을 누르고 1시간 가까이 되는 예배 영상을 가만히 앉아 끝까지 봐주길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기독교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회와 단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디어는 결국 사역의 도구일 뿐입니다. 진정한 믿음과 신앙은 오직 예배와 기도, 그리고 말씀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미디어 사역은 절대 홀로 신앙생활을 격려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들이 혼자서의 믿음 생활을 멈추고 교회로 나와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사역은 교회의 공동체성을 높여주는 사역이어야 하며, 우리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지체가 된 성도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디어 사역은 중보사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혼들을 교회나 공동체로 연결시켜주지 못하는 미디어 사역은 가장 위험한 사역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절대 콘텐츠만으로 깊은 깨달음과 회심을 불러올 수 없습니다. 결국 예배와 기도의 자리에 나와 성령님께서 그 마음을 만져주시고 역사해 주셔야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분명 미디어 사역의 중요성을 알되 절대 미디어를 맹신해선 안될 것입니다.

성경에 예언되었듯이 이제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이기적이고 괴팍해져 다른 이들로부터 간섭받거나 강요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내가 성경의 한 구절에 감동을 했다고 그것을 타인에게 구절 자체를 들이미는 것은 '폭력'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디어를 더욱 적극 활용하여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세상에 수많은 영혼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태복음 10:16


오늘날 반기독교적 콘텐츠가 쏟아지는 문화전쟁의 시대 속에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한 문화 선교적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다음 세대들에게 세상 콘텐츠들을 보지 못하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을 제공해 주어야만 합니다. 마귀는 계속해서 ‘반기독교적 코드’를 대중문화 콘텐츠 안에 심어 넣어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반기독교적 미디어에 따른 폐해를 진단하고 공동체적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복음과 말씀 관련된 콘텐츠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업로드하고 포스팅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머지않아 종교 및 정치에 관련된 포스팅들은 모두 AI를 통해 자동 필터링 되어 삭제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승리하신 주님을 붙잡고 기도하며 그 남은 기간 동안 더욱더 다양한 크리스천 콘텐츠들을 갖고 영혼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계속해서 미디어 사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 크리스천 플랫폼들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또한 크리스천 감독과 작가 등 건강한 메시지를 담아 확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미디어 사역자들이 계속 배출돼야 합니다. 미디어 사역자는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습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미디어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미디어 세미나를 비롯하여, 전문 미디어 세미나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형태로 미디어 사역을 도와야 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릴 수 있는 특권과 권리를 부여하셨습니다. 이는 문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중세 이전만 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학문과 체계는 기독교에 의하여 주도되고 기독교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근대, 현대로 갈수록 기독교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기보다는, 세상으로부터 변화를 받는 수동적, 수비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 오히려 그것을 복음 전파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이 변화에 대해 신앙적인 관점에서 더욱 철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의 세상에 불변의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책임은 오늘의 교회에게 있습니다. 교회 미디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사역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문화를 다스릴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변화라 할지라도 복음은 불변입니다. 그러나 방법론적인 문제에서 융통성 있고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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